Scout Report

찰나의 기적을 봤던 대한민국 아쉽다 아쉬워

하프타임 분석관 | 2011. 1. 26. 12:00

25일 2011 아시안컵 한일전은 훗날 있을 한일전을 위해 모두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기성용의 PK 선취골과 오카자키의 동점골. 그리고 호소가이의 역전골과 황재원의 경기막판 터진 버저비터 동점골과 승부차기까지.. 하지만 이런 긴장되는 스코어에도 불구하고 '왕의 귀환' 대한민국의 매운 맛을 보여주지 못하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 이번 아시아컵, 한일전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기대할 만 했다.

최근 많은 아시아 선수들이 해외명문리그에서 활약해면서 뛰어난 수준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어 점점 명문 구단 스카우터들의 눈도 아시아 선수들을 향하고 있다. 또 일본의 카가와 신지 그리고 한국의 구자철과 같은 어린 선수들이 이번 대회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주며 아시아 축구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고 다음 아시안컵에 대한 기대감 또한 증폭시켰다. 이번 대회에서 아쉬웠던 점은 아시아 심판들의 수준이 선수들의 기량만큼이나 향상되지 못했다는 점과 강세를 보였던 중동축국가 점점 침대축구로 변모하고 있다는 점이다.

# 조광래 감독의 아쉬운 선택

조광래 감독은 일본의 압박적인 공격에 안이한 전술을 들고 나오며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우리의 플레이를 하지 못하고 일본에게 이끌려가면서 롱패스를 통한 공격 시도 밖에 할 수 없었다. 이는 운이 좋게도 PK를 얻어 선취득점을 성공시키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지만 황재원의 정말 극적인 골이 터지기 전까지 아쉬움을 보였다.

자케로니의 일본은 역시 강했다. 공격적인 양 풀백을 전진시키고 전방의 카가와-혼다-오카자키-마에다가 스위칭 플레이를 하면서 수비에게 혼란을 주었고 후방의 엔도가 중원에서 원활한 볼 배급을 해주고 하세베가 수비에 집중하면서 한국의 공격을 무마시켜 버렸다. 이러한 막강한 일본 전술에도 약점은 있었는데 약점을 제시한 것은 카타르의 메추 감독이다.

한국의 코치진들이 이 경기를 봤다면 충분히 고마워했어야 했다. 지난 일본과 카타르의 8강전에서 카타르의 메추 감독은 일본의 공격이 양 풀백과 엔도를 통해 이루어진가는 것을 정확히 간파하고 높은 위치에서부터의 압박으로 평소 일본이 하지 않던 롱패스만을 이용한 공격을 하도록 노렸고 일본의 압박수비를 저지하기 위해 넓은 경기장 사용과 완벽한 존디펜스를 보여주며 우세한 경기력을 펼쳤고 메추 감독의 전술이 들어맞았을 때만큼은 일본의 중원은 장악되어져 엔도와 카가와가 볼을 받으려 내려오고 후방에서의 롱패스를 통해 공격을 풀어 나가야만했다. 다만 카타르가 일본에게 패한 이유는 선수들의 탓이었다. 카타르는 1골과 1명 더 우세한 상태에서 집중력을 잃으며 강한 압박은커녕 밸런스 유지에 실패하며 경험과 선수 개인기량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이 전반 내내 일본을 전혀 압박하지 못하고 나가토모의 빠른 발과 전방에서의 스위칭 플레이에 여러 수비가 붙으며 속수무책으로 공간을 내주며 결국 마에다에게 동점골까지 먹히며 일본에게 끌려 다녀야했지만 후반전에는 굉장히 공격적으로 나오면서 경기를 장악하였다. 후반전에 나름 공격에서의 좋은 플레이가 이루어지자 조광래 감독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며 지동원을 빼고 홍정호를 투입시키며 일본의 공격을 최소화하면서 안정적으로 공격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 지동원은 구자철과 함께 한국의 중요한 공격루트였고 괜찮은 플레이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교체 아웃 시 그의 표정만 보더라도 그가 매우 아쉬워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홍정호의 투입은 세트피스 말고는 별 다른 활약이 없었던 기성용과 이용래의 수비부담을 덜어주고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의 활발한 공격과 압박을 시도할 수 있게 하며 어느 정도 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최전방에 선 이청용이 공격에서 별 다른 임펙트 있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자 오히려 지동원의 빈자리가 느껴졌고 한 골차 앞서가던 일본은 전방에서의 무리한 압박보다는 침착하게 패스를 통해 경기를 펼치며 한국을 반격하였다.

차라리 홍정호 대신 기성용을 내리고 다른 중앙 미드필더, 공격수의 투입이나 지동원이 아닌 다른 선수와의 교체를 감행했다면?하는 아쉬움을 가져오면서 슈팅시도만큼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나마 뒤늦게 투입된 손흥민의 활기 있는 플레이와 김신욱의 높이를 이용한 공격이 효과를 보며 경기막판 황재원의 버저비터 골이 나올 수 있었다.

조광래 감독은 이번 한일전에서 평소 출전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새로운 3명의 선수카드를 꺼내 들었는데 먼저 조용형은 대회시작에 앞서 남아공 월드컵때 호흡을 맞추었던 이정수와 함께 경기를 조율하고 빠른 일본 공격수를 상대할 것이라고 예상되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이번 대회에서는 출전기회를 전혀 잡지 못했다. 그렇기 때문에 징계로 빠진 이정수를 대신해 황재원의 파트너로 나설 선수로는 이전 경기들에서 PK를 내주었지만 그래도 이를 제외하고는 괜찮은 수비를 펼치며 황재원과 꾸준히 호흡을 맞추었던 곽태휘가 더 낫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용형이 선발로 나왔고 수비지역에서 황재원과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자주 위험한 상황을 초래하였고 실점까지 내줬다. 홍정호와 김신욱의 경우 제 임무를 잘 완수해주었다. 하지만 이 둘의 움직임은 기대 그 이상은 아니었다. 한국은 후반의 막강공격으로 극적인 경기결과를 가져오며 대등한 스코어를 보였지만 대체적으로 경기를 안정적으로 풀어나간 쪽은 일본이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조용형과 홍정호 그리고 김신욱 3명이 갑작스럽게 투입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조광래 감독이 평소 다양한 대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주며 변함없는 선수기용이 아쉬운 선택이다.

# 베컴도 호날두도 쉽게 성공시키지 못하는 것이 승부차기다.

승부차기에서 구자철, 이용래, 홍정호 순으로 경험이 적은 선수들이 나섰고 모두 실축하고 말았다. (일본은 나가토코가 오른발로 시도했던 킥이 유일하게 성공되지 못했다.) 언론들은 "너무 어린 선수들이 찬 거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고 조광래 감독과 선수들은 "사전에 미리 모두가 PK연습을 했고 컨디션이 좋았던 선수들이 찼다:라고 했다.

하지만 PK라는 것은 킥 실력보다도 절대적으로 키커의 심리적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다. 이는 베컴이 PK를 많이 안 차는 이유와 호날두가 빅매치에서 PK를 전담해서 차지 않는 이유도 있다. -그래도 호날두는 점점 성공률이 높아지고 있다. 아무리 킥이 좋고 경험 있는 선수보다는 평소 PK성공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차는 게 효과적이다.

그리고 PK라는 것은 드리블이나 패스처럼 훈련한다고 효과가 큰 것도 아니다. 필자도 PK앞에서는 매번 두려움을 느낀다. 결국 위 3명을 제외한 이청용이나 박지성 등등의 선수들의 슈팅력이 월등히 뛰어나지도 PK경험이 풍부하지도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승부차기는 자신과의 싸움이자 운일 뿐이다.

# 씁쓸함이 남은 한일전

대한민국은 일본의 압박적인 공격으로 인해 전방으로의 볼 전개를 하지 못하고 후방에서 볼을 돌리며 롱패스를 연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분위기 반전의 계기가 되었다. 수비가 길게 찔러준 볼이 상대진영으로 대시하던 박지성을 향했고 이 과정에서 일본의 수비수 곤노가 박지성에게 파울을 범하며 경기 10분만에 대한민국이 PK를 얻었다. 그리고 이를 기성용이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하지만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었다. 바로 기성용의 원숭이 흉내 골 세레머니가 문제였다. 경기를 보던 나도 설마 했는데 결국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기에 적합했다. 원숭이 흉내 세레머니는 한국인이 일본인을 비하하는 것도 있지만 통상적으로 서양인이 동양인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FIFA에서도 강력히 다루는 부분이다. 국내에서도 기성용의 세레머니를 두고 갑론을박인 상황인데 개인적으로는 기성용의 세레머니가 한국의 승리가 확정되면서 이루어졌다면 타이밍이 이보다는 완벽하지 않았을지 씁쓸하면서도 굉장히 아쉽다. 그리고 또 다른 PK에서도 논란이 나왔다. 연장 전반 혼다가 찔러준 볼을 받으려는 오카자키가 황재원에게 밀려 넘어졌다. 파울은 맞았지만 패널티 박스 밖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프리킥이 주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주심과 부심은 PK를 선언했고 혼다가 키커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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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 2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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