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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호, 낯선 조류서 은인을 만나다.

하프타임 분석관 | 2016. 8. 9. 00:32

출처: http://sports.media.daum.net/sports/soccer/newsview?newsId=20160808154744898#none

한국 축구 대표팀, '우승후보' 독일을 만나 좋은 경기를 펼치다

한 마디로, 세련된 경기였다.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경기장서 열린 독일과의 조별리그 C조 2차전서 황희찬-손흥민-석현준의 골에 힘입어 3-3 무승부를 거뒀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미래가 향후 세계무대서 통하리라는 경쟁력을 아낌없이 보여준 한판이었다. 한국은 체력·전략 면에서 우세한 경기력을 펼치며 독일을 상대로 3골이나 터뜨렸다.

한편으론 한국 대표팀이 발전해 나가야 할 부분을 노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경기 결과로 본선진출 가능성이 예상보다 커졌다. 다시 말해 독일전은 ‘좋은 상대’를 만나 ‘좋은 플레이’를 펼친 ‘좋은 경기’(Nice Match)였다.

‘좋은 상대’

대회를 앞두고 공신력 있는 영국 언론 ‘BBC’는 이번 리우 올림픽 축구 대표팀 우승후보 국가로 ‘개최국’ 브라질과 함께 독일, 멕시코를 선정했다.

이미 지난 2012 런던 올림픽 결승에 오른 브라질과 멕시코는 각각 네이마르(FC바르셀로나)와 오리베 페랄타(클럽 아메리카)라는 자국 스타 선수를 앞세워 또다시 정상에 오르길 바라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우승후보 독일은 상황이 약간 다르다.

2012 런던 올림픽 결승서 멕시코가 브라질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독일축구협회(DFB)는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 선수 선발에 여러 제약을 두었다. ▲ 클럽당 최대 2명까지 선발 가능 ▲ 유로 2016 및 성인 대표팀 출전경험 선수 제외 ▲ 2016 시즌을 앞두고 이적한 선수 제외 ▲ UEFA(유럽축구연맹)서 주관하는 대회 예선 참가팀 소속선수 제외.

따라서 독일은 다른 출전국가들처럼 U-23 선수들로 꾸려진 선수단이 아닌, U-21 선수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해야 했다. 이마저도 주축 선수들이 빠져 ‘C급 전력’이란 말도 나오지만, 여전히 위력적인 스쿼드다.

한국 축구를 비난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이 점을 갖고 무승부라는 결과에 비아냥거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한 건 독일은 여전히 강팀이라는 점이다. 그러한 원인으로는 선수들을 생각하는 독일축구협회의 단호한 결정과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믿음을 주는 탄탄한 레벨별 육성 시스템이 기반이 되었기 때문이다. 단지 경기력뿐만이 아닌, 미래육성 시스템 면에서도 우리가 배울 점이 있는 ‘좋은 상대’였다.

‘좋은 플레이’

양 팀 선발 포메이션

체력·기술·전략·전술 등 모든 면에서 흥미진진했던 경기였다.

양팀 포메이션은 4-2-3-1로 같았다. 최전방 공격수가 장신(다비 젤케/192cm)이냐, 아니냐(황희찬/177cm)의 차이와 직접 득점에 관여(황희찬)하려 했는지, 간접적으로 2선 공격수를 지원해 득점과정에 관여(젤케)하려 했는지의 차이, 양 측면 수비수의 공격가담 정도 3가지만을 빼면 대체로 비슷한 경기운영을 펼쳤다.

왼쪽 공격수로 나선 손흥민과 세르쥬 나브리는 동료 선수들보다 조금 더 전방에서 골을 노렸고 오른쪽 공격수로 나선 권창훈과 율리안 브란트는 중앙지향적인 선수로 반대편 선수보다 자주 안쪽에 머물렀다. 또, 더블 볼란테(2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는 연계능력이 좋은 미드필더 대신, 수비수로도 자주 활약하는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를 동시 기용했다.

Point 1: 스벤 벤더 Zone

스벤 벤더의 역할이 담당해야 할 활동 범위

한국의 위협적인 공격은 주로 왼쪽서 나왔다. 그 이유는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한국의 전술적인 측면 둘째, 독일의 밸런스 문제 셋째, 스벤 벤더와 예레미 톨얀의 기량이다.

우선, 한국의 전술적 이유다. 전반전 한국은 풀백들의 공격가담이 공격적이지 않았다. 좌우 측면 모두 적당한 때에만 오버랩을 시도했고 효율적인 공격을 펼쳤다. 특히 나브리를 상대하는 오른쪽 수비수 이슬찬은 왼쪽의 심상민보다 더 수비적이었다.

심상민이 더 공격적일 수 있었던 건 나브리와는 달리, 브란트가 측면보다 안쪽으로 이동해 플레이 한 것도 하나의 이유다. 자신의 앞에 공간이 있고 오른쪽 권창훈-장현수 라인보다 손흥민-박용우 라인이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갔기에, 콤비 플레이를 통해 더 돋보일 수 있었다.

반면, 독일은 오른쪽 수비수 톨얀이 거의 윙처럼 높게 전진했다. 브란트가 안쪽에 머물면서 전진할 공간이 많고 뒤를 봐줄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벤더 형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풀백의 공격적 전진은 독일 성인 대표팀의 특징이기도 하다. 다만, 올림픽 대표팀서는 왼쪽 수비수 루카스 클로스터만까지 높게 전진시키진 않았다. 팀 밸런스를 고려한 판단일 것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독일의 밸런스는 나빴다. 성인 대표팀만큼이나 전방에서 공 점유를 못 한 게 근본적 원인이다. 더욱이 스벤 벤더와 톨얀의 경기력이 문제를 일으켰다. 이는 때때로 독일 성인 대표팀도 겪어온 문제다. 단적인 예로 유로 2016 예선을 들 수 있다.

필립 람이 2014 브라질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서 은퇴한 뒤로, 오른쪽 수비수와 오른쪽 수비형 미드필더 간 호흡이 좋지 못했다. 사미 케디라는 자신의 지역서 많은 활동량을 뽐내며 풀백의 전진을 받쳐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들의 대체자로 꼽히던 크리스토프 크라머와 조나스 헥터 등은 공격성향이 짙은 선수였다.

스벤 벤더와 톨얀도 마찬가지다. 전자보다 밸런스가 좋지만, 독일의 오른쪽 수비형 미드필더는 사실상 박스 투 박스(Box-to-Box)처럼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며 공수 연결고리가 되어줘야 한다. 드리블 돌파나 침투 패스보다는 안전하게 공을 받아 다시 건네주는 게 임무다. 벤더는 많이 뛰긴 했지만 정말로 많이 뛰기만 했다. 게다가 운까지 따라주지 않으며 집중력 잃은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전 한국의 슈팅은 고작 3개였다. 황희찬의 발서 2개의 유효슈팅이 나왔고 이 중 하나는 득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전반 16분경 왼쪽서 공을 빼앗아 진행한 역습과 27분 스벤 벤더의 파울로 얻은 프리킥을 더하면, 한국은 스벤 벤더가 있는 왼쪽 2선서 위협적인 공격을 자주 끌어냈다.

특히 두 번째 슈팅은 이날 독일 수비의 문제점과 한국 공격패턴이 잘 어우러진 장면이다. 심상민이 손흥민, 문창진과의 두 번의 원투패스로 침투한 뒤 황희찬의 슈팅까지 이어지는 깔끔한 장면이었다.

이때 독일 수비를 보면, 심상민이 첫 번째 패스를 주고 들어갈 때 이를 저지해야 할 브란트는 가만히 서 바라만 본다. 오히려 더 전진해있던 나브리가 내려간다. 곧바로 손흥민이 리턴 패스를 내주자 심상민은 다시 문창진에게 패스를 건네고 공간으로 움직인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라스 벤더는 브란트와 함께 어깨를 들어 올리며 동료에게 제스쳐를 취할 뿐 오버랩하는 심상민을 내버려둔다.

독일의 안일한 수비와 한국의 멋진 원투패스 플레이가 맞물렸다.

한편, 한국 공격수들이 잘한 점은 바로 상대 수비수의 블라인드 사이드(수비 시야에 가려진 곳)에 있다가 순간적으로 앞으로 튀어나온 점이다. 황희찬과 권창훈의 위치를 보면, 두 선수 모두 볼에서 먼 쪽이자 상대 풀백 뒤쪽 즉, 독일 선수들의 시야가 향하지 않는 곳에 있다.

특히 황희찬은 문창진이 다시 심상민에게 패스하는 완벽한 타이밍에서야 슬그머니 움직인다. 볼을 받기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서 자신이 침투할 공간을 인지해뒀다가 공을 받는 순간 오른발로 툭 치고 들어가며 왼쪽으로 속도를 붙여 컨트롤했다.

때로 이러한 상황에선 빠르게 왼쪽으로 빠져들어가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 볼을 가진 선수가 침투할 수 있게끔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상황에선 심상민 주위에 많은 수비수가 몰려있고 골과의 거리가 있으며, 심상민이 이런 플레이를 통해 골을 노리는 선수가 아닌, 본업이 측면 수비수라는 점과 황희찬 자신이 팀에서 득점해야 하는 선수라는 판단이 내린 탁월한 결정이었다.

니클라스 슐레는 뒷걸음질 쳐야만 했고 클로스터만은 권창훈이 있어 중앙으로 좁혀 수비하지 못했다. 첫 번째 터치 이후 바로 슈팅을 가져가지 못한 것이 아쉬움을 남겼다.

Point 2: 모든 실점에 관여한 톨얀

독일은 한국의 원투패스와 오버랩이라는 간단한 측면 조합 플레이에 약점을 보였다. 이를 기반으로 공격의 목표였던 과감한 뒷공간 침투가 펼쳐졌고 효과를 봤다. 그런데 실점장면을 보면 톨얀은 우울한 밤을 보낼 듯싶다.

선제골 장면이다. 박용우를 마크하던 스벤 벤더가 경합에서 밀리며 앞을 내줬다. 더욱이 가까운 골 에어리어, 포인트(단번에 골이 들어갈 수도 있는, 공이 투입되면 위험한 위치)에 서 있던 젤케가 볼을 처리하고자 몸을 던진 게 하필 공과 상관없이 벤더를 밀치며 황희찬에게 공이 연결되었다. 톨얀은 자신쪽으로 오는 공을 처리해보려 했지만 이미 공이 골망을 가른 뒤였다.

김동준 골키퍼의 롱킥이 그대로 연결됐다. 톨얀은 공과 손흥민을 번갈아 쳐다볼 뿐 빠르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마지못해 손흥민의 왼팔을 잡아보지만, 가볍게 제쳐지고 만다.

마지막 골 장면에서도 톨얀의 수비문제가 드러난다. 후반 막판 이슬찬이 거침없이 돌파해 들어갈 때 득점할 수 있는 석현준을 막는 수비수는 단 한 명이었다. 이미 동료 선수들이 컷백(Cut-Back) 길목을 차단하고 있고 뒤에서 미드필더가 내려와 박스 안으로 들어오는 선수를 백업하고 있다. 상황이 어떻든 간에 마티아스 긴터 혼자선 지금처럼 석현준이 앞으로 잘라 들어갈 듯한 속임 동작을 주고 뒤로 빠져 공간을 만들면 수비하기 쉽지 않다.

톨얀은 아래 그림서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처럼 깊숙이 내려와 긴터와 동일선상에 서 있어야 했다.

톨얀은 긴터와 함께 석현준을 막아야 했다.

Point 3: 독일의 공격과 한국의 전략

한국은 내려선 수비조직을 갖췄다. 기본적으로 하프라인 부근서부터 4-4-2 형태를 갖췄다. 상대가 전진해 깊숙한 지역으로 내려갔을 땐, 문창진이 내려가 4-4-1-1 형태를 보였다. 전반전의 경우, 풀백의 오버랩 빈도가 높지 않아 비교적 안정된 촘촘한 조직수비를 펼쳤다.

독일은 좌우로 패스를 돌리며 빈틈을 공략했다. 앞서 말한 대로 독일은 브란트가 중앙으로 이동하고 오른쪽 공간으로 톨얀이 높게 전진했다. 막스 마이어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브란트와 함께 2선에 머무르기도 했지만, 가끔씩 빌드업을 지원하고자 수비진까지 자주 내려갔다 올라왔다.

나브리는 상대 수비수와 가깝게 머무르며 공격적으로 임했다. 물론 수비가담도 좋았다. 그 뒤를 받치는 클로스터만은 미드필드 위치정도까지만 전진했으며 최전방 공격수 젤케는 후방서 롱볼이 전달될 때를 빼곤 자주 아래로 내려와 연계에 힘썼다.

한국은 최규백의 부상으로 일찍 교체카드를 꺼내 들었다. 롱패스 능력이 좋은 미드필더 이찬동을 투입하고 장현수를 내렸다. 이로 인해 빌드업 시, 장현수가 수비수 사이로 내려가던 역할은 박용우가 대신하기 시작했다.

또 한 가지 차이는 전반전 조용했던 권창훈이 독일의 브란트처럼 안쪽으로 이동해 영향력을 넓혀갔다. 독일과 해볼 만하다는 코치진의 판단이 밑바탕 되지 않았을까 싶다. 문창진이 중앙에 더 머무르면서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황희찬이 측면을 잘 커버하며 이러한 움직임 가능했다. 덕분에 풀백들의 오버랩 또한 과감히 나타났다.

그러나 마주한 결과는 좋지 않았다. 후반 10분 독일의 역전골이 터졌다. 마이어와 브란트 두 선수 모두 중앙에 있는 상황이었다. 미드필더진이 볼보다 더 내려가 위치하지 못하다 보니 상대를 뒤에서 수비할 수밖에 없고 수비진도 라인을 무를 수 없었다.

다행히 한국은 곧바로 터진 손흥민의 만회골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 손흥민은 약간 안쪽에서 플레이하며 측면으로 파고들지, 중앙으로 파고들지 선택할 수 있었다. 이것이 상대 수비를 곤란케 했다.

독일은 가뜩이나 브란트가 안쪽으로 들어와 톨얀의 수비부담이 커지다 보니, 미드필더까지 흔들렸다. 따라서 나브리가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공격에 변화를 가져갔다. 심상민의 오버랩을 제한할 뿐만 아니라, 왼쪽에 몰렸던 2선 공격에 숨통을 틔우길 기대할 수 있었다.

이후 한국은 문창진과 권창훈을 빼고 석현준, 류승우를 투입했다. 팀이 느슨해질 즘 정확히 이뤄졌다. 석현준의 투입은 황희찬의 부담을 덜어줬고 그 덕에 이슬찬이 저돌적인 돌파를 시도해 어시스트까지 기록할 수 있었다.

한국은 꾸준히 폭발적인 풋볼액션(축구경기서 일어나는 모든 액션) 스피드를 유지했다. 반면, 독일은 지난 멕시코전의 피로와 적은 출전시간으로 인한 컨디션 난조 때문인지 금세 지쳤다. 이러한 점에서 후반 35분을 기점으로 의미 없는 롱볼을 보내어 독일에 공격권을 내준 것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다.

결론

결과적으로, 독일의 젤케는 황희찬이나 석현준만큼 스트라이커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부담은 나브리의 몫이었다.

한국의 강점은 이러한 부담을 선수 개개인이 짊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전·후보 할 것 없이 일정 수준의 대등한 기량을 갖춘 선수단을 구성했다. 여기에 멀티 플레이어 장현수, 뭔가 기대하게 하는 손흥민, 올림픽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던 최전방 공격수에 대한 고민을 털어줄 석현준까지 적절한 와일드카드가 뒷받침해준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얼마 전까지 K리그 경기에 나서며 아직 시즌을 치르지 않은 국가를 상대로 체력 및 경기 감각이 돋보인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수비는 보완의 여지가 있다. 손흥민이 공격적 임무를 띄고 나선 건 분명하나, 깊숙이 내려와야 할 땐 빠르게 가담해줘야 한다. 상대적으로 전진해 있다 보니, 만약 상대가 이 공간에 공격수를 머물게 한다면, 더욱이 그 선수가 돌파력을 갖췄다면 앞으로의 경기서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번 경기서는 브란트가 중앙에 위치했고 공격에서 상대를 누르다 보니, 크게 돋보이진 않았지만 왼쪽에서의 수비전환이 더뎠다.

또, 경기 막판 실점은 언제든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경종을 울렸다. 토너먼트 대회서는 더욱 끝까지 집중력과 희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줬을 것이다.

분석 = 전주대학교 축구학과 박경훈 교수, 전주대 축구학과 경기분석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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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9.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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