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바르셀로나의 승리로 끝이 났다. 올 시즌 팀에 새롭게 합류한 네이마르가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또 한 번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는 두 번의 라이벌 매치에서 패배를 기록하고 말았다. 선두와의 격차도 6점 차로 벌어졋다. 바르셀로나가 지난 4시즌 동안 고작 두 번가량의 리그 패배만을 당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패해선 안 된다.
외질과 베일 그리고 디 마리아
진정한 시즌은 지금부터다. 안첼로티 감독의 레알 마드리드는 비로소 구색을 갖춘 모습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우측 공격 자원이다. 원래 메수트 외질과 앙헬 디 마리아가 경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 포지션이었는데,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외질이 떠나고 베일이 가담하며 흥미를 더했다.
갑작스러운 외질의 이적은 전 세계 축구팬을 충격에 빠뜨렸다. 동료들도 마찬가지다. 사미 케디라와 세르히오 라모스 너나 할 것없이 외질을 떠나 보낸 구단의 처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호날두는 "외질을 판 것은 나에게 매우 불쾌한 소식이다. 그는 내 문전 앞 움직임을 가장 잘 이해하는 선수이자 승부에 차이를 만들 줄 아는 선수였다. 나는 외질이 떠난 것에 화가 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안첼로티 감독은 "외질을 판 것은 팀을 생각한 결정이었다"며 "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디 마리아를 선호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서 "디 마리아는 외질보다 실력적으로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플레이는 팀을 위해 더욱 헌신하는 스타일"이라고 밝혔다.
지난 경기들을 살펴보면, 이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올 시즌 안첼로티는 과거 자신이 이끌던 첼시, PSG의 전술을 레알 마드리드에 입혔다. 이때 외질이 맡아야 하는 역할은 니콜라스 아넬카와 루카스 모우라가 맡았던 1-4-4-2의 우측 공격수 역할이다.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빠른 침투는 기본이고 득점력과 연계 능력까지 요구된다. 결정적으로 스트라이커 아래에서 상대 수비진을 공략하는 트레콰르티스타 역할을 부여 받는다.
안첼로티 감독은 두 명의 스트라이커 아래 한 명의 미드필더가 받쳐주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미드필드를 다이아몬드형으로 배치한 시스템이다. 이 한 명의 미드필더는 첼시와 PSG에서도 그랬듯 우측 공격수가 중앙으로 이동한 것으로, 그로 인해 발생하는 측면 공간은 풀백의 오버랩으로 메운다. 그래서 공격적인 풀백은 안첼로티 전술의 상징과도 같다. 지안루카 잠브로타와 막스웰, 카푸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외질은 우측 공격수로서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었다. 측면보다 중원에서 더 느린 템포로 플레이하길 원했고 공격에 집중하길 원했다. 프리 시즌 기간에도 "우측 공격수는 내가 선호하는 포지션이 아니다."라며 측면에서의 플레이가 낯설었다고 밝혔다.
반면, 새롭게 이적한 베일은 이 역할에 최적화되어 있는 선수로 보인다. 수비수 출신으로 시작해 윙어로 자신의 이름을 날렸고 지난 시즌에는 처진 공격수로 뛰며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으로 발돋움했다. 그렇게 많은 기대를 모으며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입성했고 심지어 데뷔전에서 골까지 기록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다.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경기력은 항상 좋지 못했다. 분명 외질보다 수비가담도 열심히 하고 호날두와의 스위칭 플레이는 다른 동료들보다 더 큰 위압감을 주는 듯 했지만, 오히려 공수 양면에서 어정쩡한 인상만을 남기고 있다.
현 상황에서 최선책은 단연 디 마리아다.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살생부에 올랐던 그는 벌써 3골 6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진가는 적극적인 수비가담에서 빛을 발한다. 전후방을 막론하고 공을 끊어내며 역습의 시발점이 된다. 말 그대로 1-4-3-3대형에서 중원과 공격을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선수다.
전술의 'Key'를 쥔 미드필드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은 안첼로티가 가장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부분이다. 시즌 초반부터 이스코-케디라-루카 모드리치-아시에르 이야라멘디가 번갈아 가며 호흡을 맞추고 있고 교체 자원으로는 헤세와 카세미로가 틈틈이 경기에 투입되고 있으나 케디라를 제외하곤 정해진 포지션에서 입지를 다진 선수가 없다.
이스코는 공격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뽐내며 5골 1도움이라는 성적과 함께 화려하게 등장했다. 마치 바르셀로나의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처럼 메첼라(하프-윙)역할을 잘 수행해냈다. 하지만 베일이 가담하면서 팀 밸런스가 앞쪽으로 쏠리게 되자 점점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실제로 이 둘이 공존한 적은 거의 없고, 있어도 둘 다 인상적인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벤제마의 기복 있는 경기력이 베일의 출장을 부추기고 팬들 또한 이를 바라고 있다. 결국, 조금 더 안정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려면 이스코의 역할을 모드리치와 케디라가 분담하고 이야라멘디를 수비 앞에 두는 선택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그런데 이스코의 날카로운 플레이가 그립다. 이것이 바로 레알 마드리드 전술이 갖는 문제다.
'Key Player'의 부재는 더욱 명확한 공격과 수비의 단절을 의미한다. 안정적인 공 소유를 바탕으로 전술적 움직임이 이루어지다 보니 포지션의 고립과 단조로운 롱볼 플레이를 불러왔다. 대표적으로 지난 바르셀로나전이 그랬다. 선수들의 움직임은 불분명했고 연신 넓게 벌어진 측면으로 공을 투입할 뿐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갈라타사라이를 상대로 거둔 6-1 대승도 경기 전반 이스코를 향한 롱볼이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면 생각하지 못할 점수였다.
한편, 레알 마드리드의 팬들은 애타게 사비 알론소를 기다리고 있다. 안정감과 창조성 모두를 겸비한 선수기 때문이다. 벌써 33살인 그는 대체자로 평가된 이야라멘디가 미숙한 경기 운영과 수비력을 보이며 더욱 그 존재감이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가 가진 전술적 이상에 아주 중요한 선수다. 이야라멘디가 아주 많이 발전했지만, 그는 아직 어리다. 알론소 만큼의 경험이 없다." 안첼로티 감독의 말.
중원을 곧 척추에 비유하듯 미드필더는 매우 중요한 포지션이다. 아무리 좋은 톱니바퀴를 쥐고 있어도 이 둘을 이어주는 '알맞은' 이음새가 없다면 그저 쇳덩이에 불과하다. 디 마리아는 동료와 함께했을 때 더욱 빛나는 선수고 모드리치는 이스코도 이야라멘디도 아니다. 지금까지는 뛰어난 실력을 지닌 실용적 자원으로 투입되고 있지만, 알론소의 복귀는 그를 더욱 모드리치답게 만들 것이고 이스코와 베일의 공존을 기대하게 한다. 과연 알론소가 새로운 전술의 핵심 선수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종 점검
물론, 아직 완벽과는 거리가 있다. 구색을 갖춘 것이지 불안 요소는 여전히 남아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사람들은 베일 영입에 거의 1억 유로를 썼다는 점만 강조한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선수를 내보내며 1억 2000만 유로 이상을 벌어들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처럼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선수단에 큰 폭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당장 좋은 조직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안첼로티 감독의 말.
다른 라이벌 구단들에 비해 시즌대비가 충분하지 못했다. 이는 곧 세부 전술의 차이로 드러났다.
만약 공을 점유한 상태라면 일반적인 움직임은 이렇다. 주로 터치라인에 머무르는 호날두가 스트라이커 자리로 올라가고 이스코가 공간으로 전진하다. 이때 반대편 디 마리아는 중앙으로 파고들고 풀백이 높게 전진해 우측면을 맡는다.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가 풀백의 뒷공간을 엄호하며 벤제마는 전방에서 공격할 공간을 만들고 연계에 힘쓴다.
움직임은 매우 활발하다. 세 명의 공격수가 자리를 바꾸며 빠르게 휘몰아친다. 그러나 세 명의 공격수가 펼치는 압박은 극히 일관적이지 않다. 어떻게 공을 다시 뺏어와야 하는지, 어떻게 공을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떨어진다.그렇다 보니 롱볼을 받아 개인 능력에 의존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전력 우위의 상황에서도 상대가 수비 조직이 좋은 팀이라면 주도권을 확실히 하지 못한다.
또, 미드필드의 간격 유지는 매우 실망스럽다. 위 문제와 관련 있다. 혼란에 빠진 선수들은 너무 많은 공간을 노출한다. 올 시즌 수비진은 14경기에서 13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마저도 디에고 로페스의 엄청난 선방 덕분이다.
가뜩이나 높게 전진한 수비라인은 역습의 여지를 남긴다. 그런데 중앙 미드필더가 풀백의 오버랩을 보호하고자 넓게 자리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수비 앞 공간과 측면 깊숙한 공간을 자주 내주고 만다. 상대의 전진 압박에 취약해지며 안정된 수비 빌드업이 어렵다. 레반테는 이 점을 잘 노렸다. 이 약점은 시즌 초반 레알 베티스전과 애슬레틱 빌바오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라모스와 페페 조합은 더욱 초라해져 갔다.
시기상조
"나의 축구 철학은 두 가지다. 하나는 안 좋은 상황은 더욱더 나락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우 어두운 밤이라고 아침에는 태양이 다시 비춘다는 것이다. 첫 번째 상황이 될지 아니면 두 번째 상황이 될지는 스스로가 어떤 것을 진정으로 얼마나 원하느냐에 달려있다." 안첼로티 감독의 말.
첫번째 상황을 바라는 사람은 없다. 매도 맞으려면 먼저 맞으라고 했다. 아직 경기는 많이 남아있고 스쿼드에는 세계 최고 선수들의 이름이 줄을 잇는다. 혹시 모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드낭 야누자이와 같은 예상 밖의 태양이 뜰 수도 있다.
눈여겨 봐야 할 기대주로는 모라타와 헤세가 있다. 둘 다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나 교체 투입된 짧은 시간동안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해 뛴다. 그 덕에 비중이 다소 덜한 경기에서 더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을 것으로 보인다. 모라타는 간간이 벤제마를 대신하고 있고 헤세는 공격형 미드필더 또는 우측 공격수로 뛰며 가능성을 보여왔다.
또, 아르벨로아는 마르셀로와 다니엘 카르바할의 백업과 주전 사이에 머무는 로테이션 정책의 핵심이다. 선발로 경기에 나서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좌우 어디에서 뛰어도 항상 제 몫을 해내며 이미 8경기에나 나섰다. 이외에도 파비오 코엔트랑과 나초가 건재하다.
우승여부를 논하기에는 시기상조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그 어떤 클럽보다 우승 경험이 많다. 감독도 선수도 팬도 언제나 우승만을 생각한다. 이러한 기대는 레알 마드리드를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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