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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감정 폭발 심판이 잡아내야

하프타임 분석관 | 2013. 12. 10. 05:30

출처: http://premium.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09/2013120903191.html


얼마 전 잉글랜드에서는 ‘머지사이드 더비’라는 최고의 활극이 탄생했다. 두 조직이 95분간 벌인 치열한 사투는 전 세계를 열광에 빠뜨렸다.

한편, 한국에서는 ‘동해안 더비(포항과 울산의 경기)’라는 최고의 반전극이 탄생했다. 막판에 터진 강력한 한방이 우리 모두를 울고 웃게 하였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기에 자칫하면 뻔히 보이는 전개로 지루함을 선사할 뻔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연극은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액션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박진감 넘쳤다. 두 극 모두 끝까지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그러나 극장 관계자들은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감당하지 못했다. 특히, 김광석의 폭력적인 행동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포항의 세트피스 준비 상황에서 포항 수비수 김광석과 울산 강민수는 위치선정으로 인한 몸싸움을 벌이다가 김광석이 강민수를 걷어찼다. 심판은 김광석에게 퇴장명령을 내렸어야 했다. 하지만 류희선 주심은 김광석의 행위를 눈감아주었다. 구두경고에서 끝내버렸다.

축구 선수 감정·폭력 제재 못한 심판 판정이 승패 영향줘서는 안돼 

이 모든 것이 축구에서 벌어진 일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라이벌 경기였다. 라이벌전은 단순히 승패를 가르는 경기가 아니다.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매 경기 수많은 팬이 몰려들고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난다. 더군다나 이번처럼 우승 타이틀이 걸린 경기라면 거의 전쟁에 가깝다. 그럼에도 우리는 스포츠맨십을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 절대 이 모든 일이 스포츠라는 범위 안에서 허용되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난 22일 대한축구협회(KFA)는 창립 80주년을 맞아 창립 100주년까지의 비전과 목표, 세부계획에 대해 발표했다. 계획의 중심에는 ‘꿈꾸고, 즐기고, 나누며(Dream, Enjoy, Share)’라는 핵심 주제가 담겨 있다. 그 중 ‘나눔’은 팀워크∙스포츠맨십∙협동심∙배려심 등 축구의 가치를 나누고 실천하자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는 규칙과 페어플레이라는 요소 덕분에 치열한 몸싸움 속에서 벌어지는 약간의 상황들을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스포츠의 본질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긴박한 경기는 사람의 이성을 쉽게 잃게 한다. 우리는 종종 “저 사람이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닌데”라는 말로 당혹스러움을 감춘다. 축구도 그렇다. 김광석은 수비수로 지난 11년간 경기를 뛰며 리그에서 단 20개의 경고만을 받았을 정도로 몸소 페어플레이를 실천하는 선수다. 단순히 이번 행동만으로 “김광석은 몹쓸 녀석이다.”라 보기 어렵다. 게다가 이 일이 격렬한 몸싸움을 치고받는 결승전에서(결승 개념이 없는 리그 경기였으나 사실상 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다.) 나온 행동이라면 더욱 이해 간다.

또, 폭력적인 행동은 다른 국가에서도 빈번하다. 지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카디프 시티의 경기에서 웨인 루니는 조던 머치를 걷어찼다. 몇 주 전에는 루니의 팀 동료 아드낭 야누자이가 풀럼의 사챠 리터에게 무참히 짓밟혔고 지난여름 페루에서는 상대 얼굴을 향해 발이 날아드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폭력적인 행동이 용납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심판의 냉철한 판단이 중요해진다. 이제 우리는 더욱 엄격해져야 한다.

잉글랜드의 경우 작년 5월 퀸즈 파크 레인저스의 조이 바튼에게 12경기 출전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었다. 당시 바튼은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에서 카를로스 테베즈의 얼굴을 팔꿈치로 쳐 퇴장 조치를 받았다. 그리고 경기장을 나가면서 또다시 세르히오 아구에로의 허벅지를 무릎으로 때렸다.

 

심판은 선수들의 원활한 경기운영을 위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스포츠를 저해하는 행위에 적절한 조처를 할 힘과 의무가 따른다. 그런데 스포츠에서 가장 지양돼야 할 폭력적인 행동을 확실히 제재하지 못한다면 그건 크나큰 문제다. 어쩌면 그 심판은 UFC 경기장을 찾는 게 더 현명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축구는 전쟁이 아닌 스포츠다. 분명 이런 비유는 거친 스포츠와 쉽게 떼어낼 수 없어 보이지만 우리는 조금 더 확실한 주의를 시킬 필요가 있다. 어디까지나 스포츠가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상호 간에 ‘존중’이 있기 때문이다.
News/Column
2013. 12. 1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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