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ut Report

안지 1-1 제니트: 히딩크와 스팔레티의 대결

하프타임 분석관 | 2012. 8. 20. 18:19

안지는 한국 시각으로 20일 오전 2시 디나모 스타디움에서 열린 제니트와의 '2012/13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5라운드서 각각 샤토프와 지리아노프의 골로 1-1로 비겼다. 경기 내내 양 팀 모두 빠른 공수전환으로 골을 노렸지만, 더 이상의 골은 터지지 않았다.

안지는 이번 경기 결과로 2승 2무 1패 7위에 자리매김하였다. 반면,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전승을 거두고 있던 제니트는 비록 연승 행진은 마감되었지만, 선두 자리는 놓치지 않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안지는 1-4-2-3-1의 형태로 경기에 임했다. 2명의 중망 미드필더들의 활발한 기동력이 바탕이 되어 최전방 공격수 라시나 트라오레의 포스트 플레이를 노렸다.

한편,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이 이끄는 제니트는 1-4-3-3형태로 안지보다는 중원에서의 세밀한 패스를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해 나갔다. 지리아노프와 비스트로프를 중심으로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가 많이 시도되었다.

경기 초반 안지는 중앙 미드필더인 주실레이와 무카마드가 넓게 움직이며 상대를 압박했다. 그러나 제니트의 선수들은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며 안지의 압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안지의 움직임은 중앙에서 많은 공간을 노출하며 제니트가 쉽게 공간을 파고들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이 노출된 공간은 양 팀이 빠른 공수전환을 펼치는 발단이 되었다.

양 팀의 경기는 빠른 템포의 경기로 이어지며 더욱 거칠어져 갔다. 그러다 전반 16분 18살 나이에 데뷔전을 치르는 조르제비치가 경기의 분위기를 자신들의 것으로 가져오는 멋진 바이시클 슈팅을 시도하였다. 비록 골포스트를 맞추긴 했지만 이미 경기의 주도권은 제니트의 것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전반 20분 제니트의 첫 골이 터졌다. 측면에서 시작된 패스는 패널티 박스 안에 있던 비스트로프를 거쳐 지리아노프에게 향했고 그는 타기르베코프를 가뿐히 제친 뒤 침착하게 오른발로 마무리 지었다. 비스트로프에게 수비가 집중되어 있었기에 쉽게 슈팅을 시도할 수 있었다. 

안지는 계속해서 트라오레를 향한 패스를 통해 반격을 시도하였다. 하지만 중앙 수비수 후보칸과 롬베르츠의 영리한 수비에 고전하며 자신의 임무인 포스트 플레이를 제대로 해주지 못했다. 전반 26분 샤토프의 프리킥을 헤더로 연결해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이마저도 말라피프의 선방에 막혔다.

계속해서 빠른 공수전환이 이어지던 가운데 중원의 넓은 공간(주실레이와 무카마드의 전진으로 생긴 공간)은 아직도 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안지는 수비수의 전진으로 공간을 메우려 하였으나 오히려 해가 될 뿐이었다. - 제니트보다는 안지에게 불리한 공간이었기 때문에 이 공간을 삼바와 카를로스의 전진커버로 메우려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였다.

수비수의 전진은 뒷공간을 노리던 제니트에게 더욱 유리하게 작용했다. 공간으로 데니소프와 지리아노프는 쉽게 올라올 수 있었고 돌파 능력이 뛰어난 조르제비치와 비스트로프는 더 많은 공간을 부여받을 수 있었다. 제니트는 전반 44분 조르제비치의 슈팅을 시작으로 비스트로프, 카눈니코프는 계속해서 안지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더 이상의 득점없이 전반전이 마무리되었다. - 조르제비치는 어린 선수의 데뷔전치고 꽤 좋은 움직임을 선보였지만 2번이나 골포스트를 맞췄다.

공수전환의 공간

전반전을 다시 살펴보면, 일찍이 포스트 플레이 임무를 부여받은 트라오레는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었다. 게다가 수비의 강한 압박까지 더해져 그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 그를 지원할 선수는 2선의 지르코프-샤노프-라키야로프였다. 지르코프는 측면에서 조금 더 직접 트라오레를 지원해 줄 선수였으며 라키야로프는 세컨볼을 받아 후방 침투를 노리는 선수이다. 이렇게 보면, 안지는 2선에 있는 선수들의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3명의 중앙 미드필더 시스템이 갖는 강점에 무너져버리고 말았다. (http://vivalaliga.co.kr/xe/index.php?document_srl=126455)

오늘 경기의 가장 핵심인 중원 공간의 발생 포인트(주실레이와 무카마드의 전진 압박)는 이러한 문제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이 두 명의 미드필더는 양 날개를 지원해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고자 했다. 실제로 경기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이들의 압박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제니트가 경기에 녹아들면서부터는 이 움직임이 몇 가지 부작용을 나타냈다. 우선, 샤토프에게 수비가담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평소와 같았으면 전방에서 공격을 풀어나가야 했지만 후방에서부터의 충분한 공급을 받지 못해 상대 골문에서 멀어져가야만 했다. - 공격진영에서 그의 부재는 트라오레를 향한 단조로운 공격만을 이어가게 했다.

또 다른 문제도 역시 수비불안에 관한 것이지만 이번에는 후방에서의 문제다. 전방에서 샤토프의 부재가 문제 되었다면, 후방에서는 좌우 측면 수비수의 오버랩이 이루어지지 못하며 문제가 되었다. 조르제비치와 비스트로프의 돌파는 충분히 위협적이었지만 이들은 계속해서 수비수와 1:1 찬스를 가져갔다. 결국, 전방에서의 부재가 수비불안을 가져와 측면에서의 지원이 이루어지지 못하며 다시 전방에서의 문제가 나타나는, 하지만 다가올 수비불안은 더욱 커져만 가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또, 중앙 미드필더들의 주객전도 플레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앙에 넓은 공간이 생기면 수비불안이 발생한 이유였다.

후반전

두 팀 모두 많은 공격 시도에 비해 단 1골만이 나오며 비장한 각오로 들어선 후반전이었다.

먼저 기회를 잡은 것은 제니트였다. 후반에는 트라오레가 포스트 플레이의 제한에서 벗어나 조금 더 자유롭게 움직이고 무카마드와 주실레이가 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 문젯거리 공간을 줄이는데 한몫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양 날개의 부재는 여전히 이어지며 측면을 내줬다.

좌우 측면 수비수들의 원활한 오버랩 덕분에 지리아노프는 계속해서 공격에 가담할 수 있었는데, 후반 60분에는 카눈니코프와 월패스를 주고받아 강력한 슈팅도 시도했다. 안지는 전방에서부터 확실한 저지가 이루어지지 않다 보니 제니트가 쉽게 공격 진영까지 올라오도록 허용했다. 그러나 이 변화를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 덕분에 샤노프는 전방에서 편안히 플레이할 수 있었고 비록 제니트의 측면 오버랩이 증가했지만, 전반전보다 안정된 수비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후반 65분 소강상태의 정적을 깨는 골이 터졌다. 코너킥 기회에 이은 타기르베코프의 롱드로인이 트라오레의 등을 맞고 흐르면서 샤토프가 놓치지 않고 결정지었다. 제니트는 뒤늦게 선수 교체도 시도하며 지리아노프와 조르제비치, 비스트로프 등의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를 공략했지만, 경기는 또다시 소강상태로 이어지며 결국 추가골 없이 1-1로 경기는 종료되었다.

결론

두 팀의 감독 모두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스팔레티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불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경기를 지배했음에도 승리로 연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그는 대체 자원의 부재로 어린 조르제비치를 투입해야만 했다. 조르제비치는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으나 아직 1군에서 많은 기회를 잡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승행진의 마감에 대한 질문은 CSKA, 스파르타크, 안지, 제니트 등의 몇몇 구단이 우승 경쟁을 노리는 팀이기에 안지같은 좋은 팀을 상대로 거둔 무승부는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나쁘지 않은 결과라고 답했다.

안지는 중원에서 확실한 기반을 갖춘 뒤,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무카마드와 주실레이는 많은 활동량에 비해 수비력에는 큰 점수를 받지 못할 플레이를 펼쳤다. 더 독하게 말하면 쓸모없는 움직임이 많았다. 이 점을 잘 보완하고 트라오레에게 포스트 플레이의 임무를 부여하지 않는다면 우승 경쟁을 노릴 안지로 충분하다.

제니트는 좋은 경기를 가져갔지만, 중원에서 확실히 자신들이 우세하다는 면모는 보이지 못했다. 안지의 공격이 날카롭고 수비가 탄탄한 것도 아니었으나 그들은 실점했고 더 많은 득점을 성공하지 못했다. 후보칸의 수비력은 훌륭했다.

 

Anji Makhachkala - Zenit St. Petersburg 1-1 (0:1).

Anji: Gabulov, Samba, Tagirbekov, Joao Carlos, Logashov, Jucilei, Zhirkov, Muhammad (Smolov, 56), Shatov, Lakhiyalov (Carcela-Gonzalez, 46), Traore (Gabulov, 73).
Zenit: Malafeev, Lomberts, Lukovich (Cheminava, 85), Gubochan, Krishito, Bystrov, Denisov, Zyryanov, Faizulin, Kanunnikov, Dzhordzhevich.
Suspensions: Jucilei, 15. Tagirbekov, 40. Smolov, 71. Lomberts, 79. Dzhordzhevich, 81. Shatov, 90+5.
Referees: Kazmenko (Rostov-on-Don), Aver`yanov (Moscow), Kulalaev (Volzhskiy).

Anji: Gabulov, Samba, Tagirbekov, Joao Carlos, Logashov, Jucilei, Zhirkov, Muhammad (Smolov, 56), Shatov, Lakhiyalov (Carcela-Gonzalez, 46), Traore (Gabulov, 73).

Zenit: Malafeev, Lomberts, Lukovich (Cheminava, 85), Gubochan, Krishito, Bystrov, Denisov, Zyryanov, Faizulin, Kanunnikov, Dzhordzhevich.

Suspensions: Jucilei, 15. Tagirbekov, 40. Smolov, 71. Lomberts, 79. Dzhordzhevich, 81. Shatov, 90+5.

Referees: Kazmenko (Rostov-on-Don), Aver`yanov (Moscow), Kulalaev (Volzhskiy).

Analyst/Foreign
2012. 8. 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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