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out Report

수원 2-1 성남: 공간을 지배하는 팀, 수원 블루윙즈

하프타임 분석관 | 2012. 4. 29. 14:40

비슷한 모습의 경기가 진행되었지만, 수원은 '진짜 에벨톤', 에벨톤C의 1골 1도움 활약 속에 역전 승리를 거머쥘 수 있게 되었다.

윤성효는 지난 몇몇 경기들에서 보여준 것과 똑같은 팀운영을 가져갔다. 차이라면, 최상의 4백을 만들고 싶어하는 수원의 감독은 발 빠른 성남의 공격수들에 대비하여 에디 보스나와 곽광선 조합의 센터백 라인을 구축했다는 것. - 빠른 발을 봉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으나 수원의 감독은 보스나의 파트너로 곽광선과 곽희주를 경쟁시키고 있다.

신태용은 지난 광주와의 경기에서 좋은 움직임을 보여준 이창훈과 김성준, 박세영을 명단에 올렸다.

이번 게임은 몇 가지의 사소한 것들이 차이를 만들었다. 두 팀의 장점이 분명 100%로 발휘되지는 못했으나 자신들이 선호하는 패턴, 변수, 상황 등의 어쩌면 똑같아 보일 수도 있을 정도의 비슷함 속에서 몇 가지의 선택이 승부를 가르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출발

양상민이 뛰고 있는 왼쪽 공간이 에벨톤에 의해 쉽게 노출되면서부터 이 게임은 시작되었다. 에벨톤의 뒤로는 박진포가 깊게 전진하였고 중앙에선 윤빛가람이 높은 지역까지 움직였으며, 정성룡의 캐치 미스는 덤이었다. 19경기 홈무패 기록을 가지고 있던 수원으로선 전반 2분만 터진 에벨찡요의 깔끔한 골로 시작이 좋지 못했고 그 골은 이번 시즌 수원이 빅버드에서 실점한 첫 골이기도 했다.

스테보와 서정진은 스위칭 플레이를 가져갔다. 성남의 오른쪽에서의 전진이 왼쪽 포워드가 주로 하프라인 부근에 머물게 했지만 말이다. 이러한 전진은 라돈치치를 자주 아래로 이끌었고 에벨톤C가 왼쪽으로 움직이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반대로 성남에게는 전방 플레이어들의 원활한 위치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작용했다. 특히, 전방에서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며 쉽게 볼을 빼앗기지 않았던 에벨찡요는 '신공'의 핵심적인 주도자였다. 끔찍하게도 수원의 강한 저지를 받으며 그는 전반 10분 동안만을 뛸 수밖에 없었다. - 성남은 항의에 의한 경고를 받기도 했다.

공간/수비

일찍이 에벨찡요가 피치 밖으로 나감에도 성남은 큰 변화 없이 넓게 플레이하며 양상민, 보스나의 허를 찌르는 뒷공간 패스와 짧은 패스로 공격을 이어나갔다. 그들은 높은 측면 지역까지 올라와 아기자기한 패스로 수원 수비수들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에벨찡요의 부재는 크게 드러났다. 경기 시작 전부터 이용래의 깊은 아래에서의 위치가 윤빛가람의 전진을 발생시키며 수원 4백 앞 공간을 줄이고 있었지만, 윤빛가람의 역할은 거기까지였다. 에벨찡요의 폭넓은 움직임이 윤빛가람의 활동영역이 아닌 곳까지 채워주고 그로 인해 생긴 공간을 에벨톤의 중앙으로의 침투가 메워져야만 했지만, 중앙으로 자리한 에벨톤과 한상운은 그런 전술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했다. 윤빛가람과 김성준은 위치변화를 가져가 에벨찡요의 역할을 대신하고자 했지만 전방에서 볼을 점유하고 수비수를 이끌어 공간을 발생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공간에서 플레이한 박현범은 이렇게 생긴 공간을 파고들며 아주 잘 활용했다. 성남이 불안한 볼 컨트롤을 가져갈 때면 심지어 이용래와 함께 전진하기도 했다. 또, 전반 막바지엔 높은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며 공중볼 경합을 시도했다.

그러나 수원은 공간을 사용하기보다는 발생시킨 쪽이었다. 수원의 압박은 볼 주위로 많은 선수가 몰리게 했다. 문제는 이 많은 선수 중 볼을 빼앗고자 달려드는 선수보다 적정거리를 유지하고 지켜보는 선수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성남 선수들은 더 편히 볼을 점유하고 전개할 수 있었으며 반대편의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에벨톤C가 2선보다는 전방에 머무르며 라돈치치와 투톱처럼 움직여 2선 공간을 자주 발생시켰다. 이는 김성환과 김성준이 수원의 롱패스를 차단했을 경우, 더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질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수비법은 양 팀의 세트 피스 수비법에서도 극명하게 갈렸는데, 공중볼 경합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수원은 패널티 박스 안으로 대부분의 선수가 들어와 맨마킹을 시도했다. 하지만 성남 선수들의 대다수가 패널티 박스 부근에 있었음에도 골대 앞에 머물러 있던 것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다. 세트 피스 수비에선 완전 비효율적이었다. 그에 비해, 성남은 지역 방어를 고수했다. 프리킥은 골대와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서 오프사이드 트랩을 사용했으며, 코너킥은 패널티 박스를 두고 철저한 계산에 의한 지역방어를 시도했다. 하지만 매서운 크로스가 연결되었다면, 1:1 공중볼 경합 위험에 노출되기에 이도 약간 멋들어지는 형태와 비교하면 위험부담이 큰 선택이었다.

변화의 시작

수원이 에벨톤C가 전방에 머무르며 4-2-2-2의 형태로 굳어지게 된 30분 즈음부터는 전방에 머무르고 있던 선수들의 수비가담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4백과 이용래 또는 박현범만이 수비에 가담하였으며 시간이 흘러, 박현범이 전방에 머무르면서부터는 거의 기본적인 4백 라인을 제외하곤 에벨톤, 이창훈, 윤빛가람을 제어한 선수가 없었다. 신태용은 이러한 공간의 발생을 확인하고 35분부터 윤빛가람이 전진 배치한 본격적인 4-2-3-1을 가동하였다. 옆 그림에서 보이는 파란색 공간에 기본적으로 3~5명까지의 선수들이 가담할 수 있었다. 그러자 전방으로의 원활한 볼 배급 통로가 끊긴 수원에 윤성효 감독은 스테보를 전방으로 이동시키고 서정진과 에벨톤C를 중앙으로 이동시키며, 좌우 풀백들을 올리는 변화를 주었다.

불행하게도, 수원이 풀백들의 전진으로 더 많은 공간을 내주게 되었지만 성남은 추가 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수원은 라돈치치와 스테보를 위한 충분한 지원이 가질 못했지만 설사 볼이 연결되었다 하더라도 볼은 골대를 크게 벗어나 동점 골을 성공하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이 시기가 아마 이번 경기에서 코칭진들의 두뇌싸움이 가장 치열했던 때가 아니었나 싶다.

윤성효는 이러한 몇 가지 변화를 가져가면서부터 이미 후반전 4-3-3 포메이션의 가동을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보면, 전반 마지막 공격이라고도 볼 수 있었겠지만, 한편으로는 오직 1골만을 실점하고 전반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전진한 도박성 플레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결국, 전반전 도박은 본전을 지킬 수 있었지만 본래 도박이란 것이 본전을 위한 것이 아님이란 점을 고려한다면 좋지만은 않은 결과였다. 그렇지만 그는 상대의 움직임 변화와 자신들의 팀 변화에 대해 테스트해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선 괜찮은 성과를 얻어내었다.

후반전

윤성효는 후반전 게임을 위해 바로 새로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그 박종진이란 카드는 정확히 적중하여 팀의 동점 골을 도왔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전방에 서정진-스테보-박종진을 두고 미드필더진에 박현범-이용래-에벨톤C를 두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후에 몇몇 스위칭은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전반 내내 전방에서 주로 활약한 에벨톤C를 후반전엔 중앙의 역삼각형 구조에 기용한 선택은 정말 좋은 선택이었다. 프리롤 역할을 맡은 에벨톤C가 더 낮은 위치에서 많은 볼 터치와 움직임의 변화를 가져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였다.

경기 전부터 친정팀을 상대하게 되면서 많은 언론의 집중을 받았던 라돈치치는 이른 교체에 화가 났다고 언론에선 들끓고 있지만, 팀을 위해 윤성효는 정말 좋은 선택을 가져갔다. 그건 단지 에벨톤C의 동점 골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수원은 좌우 측면 미드필더가 전진하는 4-4-1-1의 경기를 진행했다. 그들은 경기장을 더 넓게 사용하며 더 많은 볼 점유를 가져갈 수 있었다. - 이는 스테보가 더 많은 플레이에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전반전 활약만 본다면, 스테보와 라돈치치의 플레이는 별 차이 없이 형편없었다. 그러나 후반전 스테보는 구단 역사상 900호 골을 터뜨리는 장면에서 그의 진가를 드러내 보였다. 이번 시즌 사샤, 홍철의 플레이가 형편없긴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라돈치치보다 스테보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는 더 많은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다.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신태용은 에벨톤을 불러들이고 지난 광주전에서 골을 기록한 최전방 공격수 박세영을 투입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체력문제+수원의 힘+박세영의 가담은 미드필더진과 공격진의 간격이 벌어지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성환과 박세영은 경기 마지막까지 공수를 막론하고 투지를 불사르랬지 만 이미 수원의 기세에 눌린 성남이었다.

결론

신태용 감독은 이번 경기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듯 보이지만 이번 경기에서 그의 선수 교체는 오류였다. 한상운은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사샤는 실수만을 저질렀다. 박세영의 투입은 에벨찡요, 에벨톤의 플레이와 정반대되는 것으로 성남의 공격을 더 단순화시키고 그들과는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마지막까지 열심히 뛰었지만, 그저 후반 교체되어 신인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늦었더라도 남궁웅 혹은 이현호 카드를 꺼내 들었음 직도 하다. 윤성효는 박종진이란 카드 선택만을 제외하곤 크게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자 시도한 선수 교체가 아니었다. 그는 에벨톤C와 박종진의 움직임만을 가지고 서정진, 박현범, 스테보의 영향력을 강화시켰다. 결정력만 좋았다면 대승을 거둘 수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사샤와 홍철의 플레이는 정말 실망적이었다. 사샤는 스테보의 득점 상황에서처럼 자주 반대편 공격수를 놓쳤는데 (평소의 사샤였다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거라 생각된다.) 홍철의 전진으로 생긴 부재가 성남 수비진이 뒤흔들린 결정적 요소였다. 공격 쪽에서의 아쉬움도 있다. 양상민-보스나 또한 홍철-사샤 못지않게 실망적이었다. 특히, 보스나는 자주 스피드 경합에서 밀리고 드리블 돌파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성남의 확실한 마무리 부재였다.

<경기 요약>

수원 삼성 2 (후반1분 에벨톤C 후반25분 스테보)

성남 일화 천마 1 (전반2분 에벨찡요)

<출전 명단>

수원 삼성 (4-3-3) : 정성룡(GK) DF 양상민 곽광선(후반28분 곽희주) 보스나 오범석 MF 서정진(후반47분 조용태) 이용래 박현범 FW 에벨톤C 스테보 라돈치치

성남 일화 천마(4-2-3-1) : 하강진(GK) DF 홍철 윤영선(후반20분 사샤) 임종은 박진포 MF 김성환 김성준 AMF 이창훈 윤빛가람 에벨톤(후반30분 박세영) FW 에벨찡요(전반15분 한상운)

p.s 경기 끝나자마자 경기장에 털썩 주저앉을 정도로 열심히 뛴 수원의 선수들이 값진 승리를 거머쥔 데 축하의 메시지를 보낸다.

Analyst/Korea
2012. 4. 29.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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