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웅의 빠른 스피드를 노려 수원 블루윙즈의 뒷공간만을 노린 전남 드래곤즈가 더 우위의 경기력을 펼쳐 보였음에도 승점 1점만을 차지하게 되었다. 수원의 입장에선 선제 실점이 오프사이드로 인해 발생하였기에 도둑맞은 골로 인한 무승부라는 결과에 아쉬움이 남을 것이다. 그래도 수원의 코칭스태프들은 인천의 김봉길 수석코치처럼 주심에게 항의하다 퇴장조치 당하는 불상사는 없었다. 그렇게 승부는 전남 드래곤즈 1-1 수원 블루윙즈.
게임은 전혀 흥미롭지 않았다. 양 팀 모두 전반전에 모든 체력을 쏟아부으며 후반전의 존재를 무색하게 남은 시간을 지루한 경기로 펼쳐보였기 때문이다. K리그 기자는 어떻게 이 경기에 대한 리뷰를 쓸지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역시 그 기사의 양이 이번 경기의 모든 것을 말해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이번 경기에서 우리는 심동운과 김영욱이라는 어린 아이돌들의 플레이에서 빛을 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의 최전방에는 지동원이라는 빅 베이비가 있었으나 지금은 전혀 그의 부재가 느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웨인 루니와 같은 어드밴스 포워드로서의 임무를 잘 수행하는 심동운이 최전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자주 내려와 수비 가담과 역습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함께 올림픽 대표팀에도 소속되어 있는 김영욱은 아직 덜 다듬어진 모습이지만 경기 내내 수원의 수비진들을 가장 힘들게게한 선수로서 중앙과 공격 진영에서의 테크닉은 충분한 경쟁력을 선보였다. 그는 이번 경기에서 아무 공격 포인트도 없이 MOM으로 선정되었다.
스테보-라돈치치-에벨톤C-보스나 모든 용병이 뛴 수원인 반면, 전남은 그 어떠한 용병도 이번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전남은 수원 선수들에 비해 어렸고 체격면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양 팀은 확연히 색이 다른 팀이었다.
전남의 패턴 플레이
전남은 경기 시작부터 후방에서의 롱 패스를 통해 수원 수비진의 뒷공간을 노리는 공격을 시도했다. 특히, 느린 발의 보스나와 적극적인 오버랩을 시도하는 양상민의 위치를 한재웅의 스피드를 통해 공략했으며 전방의 심동운은 2선으로 내려와 수비수들을 앞으로 전진케 유도하였다. 수원도 이를 느꼈는지 보스나의 전진이 잦아들었고 이용래가 기존보다 더 처진 위치에서 움직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왼쪽 측면의 이종호를 통해 기회를 모색하다 짧은 패스를 통해 다시 한재웅을 통한 수비라인 파괴를 시도한 것이 적중하며 득점으로 결정났기 때문이다.
전남의 플레이는 간단했다. 공중볼 경합에서 우세한 수원이 롱 볼 연결을 시도하면, 모든 선수가 기존 경기에서도 보여주었던 정명오가 내려간 1-5-4-1 포메이션으로 하프 라인 아래서 위치해 수비 가담한 후, 이현승-김영욱을 통한 속공으로 상대 수비의 뒷공간을 공략하는 것뿐이었다. 다만, 양 측면에서 별 다른 활약을 해주진 못한 스테보와 서정진의 플레이에 양상민이 계속되는 오버랩을 시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원 수비진의 뒷공간은 더욱 노출되어 치명적이었던 것뿐이었다. 이용래가 차츰 수원 풀백의 전진을 백업해주긴 했으나 이건 윤성효 감독의 의아스러운 전술로 인한 당연한 결과였다. 분명 그의 생각은 측면의 스테보가 중앙으로 움직여 라돈치치와 투톱을 구성하고 그로 인한 공간을 양상민의 오버래핑으로서 메우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수원이 전방에서 높은 볼 소유를 가져간다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수원은 볼 점유 대부분의 시간을 박현범과 이용래의 위치에서 가져갔고 심지어 전체적인 볼 점유율면에서 전후반 모두 전남에게 뒤졌다. 에벨톤C가 내려와 볼을 받으려 노력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전남 공격수들이 하프 라인 부근에 위치해 전방의 심동운이 전후좌우 여기저기를 쏘아다니며 패스 줄기와 공간 창출을해 자신들이 이용할 전방의 많은 공간을 발생시킨 것은 이번 경기의 핵심 플레이었다. 거기에 전남 선수들이 패널티 박스 부근까지 거침없는 돌파를 시도함에도 수원 수비수들은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었다. 덕분에 김영욱은 메시와 같은 플레이를 펼쳐보였다.
수원의 패턴 플레이
전남은 에벨톤C로 인한 빠른 공격을 시도할 수원을 봉쇄하기 위해 전방에서부터 잦은 파울을 범했고 그로 인해 수원은 여러 위치에서 프리킥 찬스를 잡아갔다. 그러나 장신의 수원 선수들은 이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장신임에도 그들은 제공권 싸움에 어려움을 겪었다. 머리에 맞지 못하고 그대로 흐른 볼과 보스나의 헤더를 막기 위해 이운재가 온 몸을 날렸을 때를 전혀 제외하곤 위협적이지 못한 세트피스 기회가 연속되었다. 그리고 이종호, 심동운, 한재웅을 막기 위해 수원 풀백들이 자주 전진 압박을 시도하였는데 이는 분명 좋지 못한 수비법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충분히 수비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굳이 위험요소를 드러내는 이러한 플레이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플레이는 결국 한재웅의 움직임을 계속해서 놓치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수원의 스테보는 라돈치치의 아래에 위치해 투톱처럼 플레이하며 이뤄졌다. 그리고 김영욱이 전방 압박을 위해 전진하면서 생긴 뒷공간으로 종종 볼배급이 되어 박현범을 통해 전방으로의 볼 전개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전반전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음에도 윤성효 감독은 인상만 찌푸리고 있을 뿐 마땅한 대처를 하진 않았다. 도대체 이유가 뭘까?
후반전 들어 에벨톤C의 움직임은 조금 더 활발해져갔다. 에벨톤C가 좌우 측면에서 라인을 따라 움직이며 전반보다 더 많이 가담했는데 이는 전남 선수들의 패스타이밍이 자주 늦춰지다보니 수원의 압박에 맥을 못추고 주도권을 내줘버리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체력적인 문제로 후반 초반에 터진 라돈치치의 동점골을 제외하곤 시원스러운 공격을 시도하지 못했다. 때문에 양 팀 감독 모두 선수교체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으나 조동건의 투입으로 생긴 몇 번의 찬스마저 무산되버리며 경기는 굉장히 지루하게 전개됐다. 그저 롱 패스로만 이루어진 무기력한 공격은 후반 막바지에 들어 생긴 몇 번의 찬스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결론
수원은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 후보로 손꼽히며 선두를 달리고 있었지만 그들에겐 다양성이 필요하다. 스테보와 라돈치치는 많은 움직임으로 후방에서부터 전방으로 공격을 이끌어나가는 선수들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 중간자의 역할로서 충실히 공수간의 연계 플레이를 수행할 선수이다. 그 임무를 부여받은 선수가 에벨톤C와 서정진, 박종진이다. 윤성효 감독은 빠른 시일내로 이들에게 다양성을 부여시켜 줄 필요가 있다. 수원이 장기적인 레이스에서 승리하려면 빠른 대처와 변화가 필요하다.
전남은 다 좋은데 역시나 경험이란 점과 전방에서부터 경기를 주도하지 못한다는 점이 약점이다. 그들은 분위기에 따라 오버 페이스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번 경기에서 그 부분이 명확히 드러나게 되었다. 이 역할을 해 줄 선수로는 경기를 조율하는 김영욱 혹은 이현승이 해줄 필요가 있는데 스타일상으로는 이현승이 이를 맡았으면 한다. 분명, 템포 조절이 이들에게 가져오는 효과는 클 것이다. 또, 이들은 팀이지만 수비진들은 미들진과 간격이 더 벌어져 따로 플레이하는 듯하다. 정명오가 내려가 5백처럼 플레이하다 보니 이런 경우가 발생하게 되었는데, 이들이 팀 라인을 올려 한 덩어리로서의 움직임을 가져가야한다고 본다. 전남은 수비 뒷공간을 노리기 위해 많은 선수들이 자기진영으로 내려와 위치하고 있지만 오히려 체력적인 문제와 상대의 강한 압박과 높은 주도권에 고전하게 된다. 바르셀로나는 매 번 많은 수비수를 상대하게 되지만 팀 전체가 올라가 있음에도 수비진 뒤로는 엄청난 공간을 발생시킨다. 이 플레이를 전남이 보여줘야 한다.
▲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6라운드
전남 드래곤즈 : 수원 블루윙즈
<경기 요약>
전남 드래곤즈 1 : 전6' 이종호
수원 블루윙즈 1 : 후6' 라돈치치
<출전 명단>
전남 드래곤즈 : 이운재(GK)-윤석영-이상호-안재준-박선용-정명오(후28'이승희)-이종호(후20'주성환)-이현승(후39'손설민)-김영욱-한재웅-심동운
수원 블루윙즈 : 정성룡(GK)-양상민-보스나-곽희주-오범석-에벨톤C(후29'하태균)-박현범-이용래-서정진(후40'박종진)-스테보-라돈치치(후20'조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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