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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K리그2 센터백 분석

하프타임 분석관 | 2021. 1. 4. 11:00

좋은 경기력을 펼친 2020 K리그2 센터백을 찾기 위해 10경기 이상 출전한 센터백을 대상으로 했다. 또, 센터백의 특성상 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미안하지만... 하위 그룹 선수들의 이름까지 공개했다. 데이터는 비프로를 참고하였으며 어떠한 대가없이 그냥 좋아서 만들었다. 

우선, 센터백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인 수비경합 성공률을 살펴보자. 각각 '그라운드'와 '공중볼 경합' 상황서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였는지 알아보려 한다. 

제주는 23실점으로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했다. 정운-권한진-김오규를 바탕으로 한 백3를 사용했다. 그중 김오규가 눈에 띈다. 183cm로 센터백치고는 작은 신장이나 커버력과 패싱력 있는 선수로 평가받는 선수다. 역시 김오규의 그라운드 경합 성공률은 79.3%로 리그 6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김오규의 공중볼 성공률이다. 183cm인 김오규는 71.7%로 리그에서 3번째로 공중볼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기 강원에서 공중볼 문제(63.6%)를 겪었던 것과는 대비됐다. 다른 제주 수비수들이 인상적이지 못한 결과를 낸 것을 감안하면 김오규의 여름 이적 합류는 팀 승격에 도움을 준 것 같다.

전남은 25실점으로 두 번째로 적은 실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2시즌 연속 리그 6위에 머물었다. 마찬가지로 황기욱-김주원-박찬용으로 이뤄진 백3를 사용했지만, 막상 센터백들의 수비력은 인상적이지 못했다.

반면 경남은 정규리그 기준 '꼴찌' 아산(40실점)과 안양(38실점)에 이어 최다 실점(37실점)을 했지만, 센터백들의 데이터는 인상적이다. 시즌 초와 다른 변화를 준 것이 효과를 봤다고 할 수 있겠다. 배승진은 그라운드에서 88.1%로 최고의 모습을 보여줬다. 리그 중앙값 65%를 훨씬 웃돈다. 한편 파트너인 이광선은 공중볼을 지배했다. 앞서 김오규가 71%로 리그3위를 차지한 것에 반해 안양 유종현과 함께 유이하게 76%대 공중볼 성공률을 기록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218개의 공중볼 경합을 했다는 점이다. 이는 부문 2위(183개)보다 100개 가량 더 많은 공중볼 경합을 하고도 압도적인 공중볼 성공률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공중볼 성공률에서 0.1% 차이로 이광선보다 높은 성공률을 기록한 유종현은 117번의 공중볼 경합만을 시도했다. 경남의 배승진-이광선 수비라인은 확실한 역할 구분이 이루어져 있었다.

마지막은 가장 궁금해 할만한 안양의 센터백들이다. 안양은 백3를 사용하고도 아산과 함께 가장 적은 승점을 얻고 많은 실점을 내준 팀이다. 하지만 백3 중 2명의 센터백이 좋은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다. 185cm의 김형진은 22경기를 출전하며 주전 수비수로서 87.5%로 다른 센터백들보다 훨씬 좋은 모습을 보였다. 공중볼에서도 67.8%로 미흡하지만 리그 수준에 비해 준수한 처리능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필자와 안양팬들은 결정적인 실수로 실점을 내준 장면들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리그에서 이광선 다음으로 많은 공중볼 경합(183개)을 해야 했다. 반면 유종현은 그라운드 경합이 단 6회에 불과했다. 5회의 성공이 그라운드 성공률을 과장했다. 경기 수에 비해 출전시간이 부족했던 탓이다. 김형진과 4경기 차이지만 출전시간은 800분이나 차이가 났다. 그럼에도 공중볼 경합이 117개(리그19위)로 생각만큼 많지 않았다는 점에서 타 구단들이 의도적으로 유종현이 아닌 수비수와 경합을 시켰을 가능성도 있다.

위 그래프가 팀의 수비능력과 센터백의 수비능력을 직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팀 센터백이 얼마나 수비 밸런스를 갖췄고 팀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센터백

현대축구서 센터백은 수비능력뿐만 아니라 빌드업 능력도 요구된다. 그러나 팀이 추구하는 스타일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 K리그2의 경우 제주와 경남 정도를 제외하면 후방서 풀어나오면서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는 팀은 없었던 것 같다. 실제로 약 57% 점유율을 기록한 경남을 제외하면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서울E와 안산, 아산의 센터백 경우 패스도 적고 성공률도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서울E의 센터백들은 다른 두 팀에 비해 플레이오프권이었음에도, 리그 평균에 못미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나마 좋은 모습을 보인 김태현과 이상민은 모두 울산서 임대한 선수들이었다. 또, 5명의 센터백을 봤을 때 모두 패싱력에 아쉬움이 있다는 것과 팀 자체가 센터백을 통해 빌드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경남은 유일하게 센터백 모두 경기에 관여하며 높은 패스성공률을 보였다. 타 구단에 비해 높은 점유율을 가져감에 있어 두 센터백들의 빌드업 능력도 관계가 있었다는게 증명됐다. 예상대로 이밖에 센터백들은 특정 구단으로 군집되지 않은 모습을 통해 K리그2에선 비슷한 수준의 센터백 빌드업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최호정-정운-조유민-이인재는 각 팀 빌드업 시 주요 선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산 장순혁은 15경기 1230분 출전하고도 비슷한 기회를 받은 서울E 김동권과 대전 이정문보다 패스가 적었다. 또, 전남 김주원은 1000개가 넘는 패스를 하고도 리그에서 가장 높은 89.9%의 패스성공률을 보였다.

그러나 압박이 없는 상황에서의 백패스와같은 의미없는 패스에 대한 평가를 줄여야 한다. 이 패스가 얼마나 상대에게 위협을 줄 수 있느냐를 보기 위해 패스와 전진패스의 관계를 살펴봤다.

경남 배승진과 전남 김주원의 차이가 극명히 드러나는 그래프다. 배승진은 패스 대부분이 전진패스였으나, 김주원의 패스는 리그 평균보다  공격적인 패스가 시도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그래프에는 전진 패스 정확도가 담겨있지 않다. 전남 센터백들의 군집한 모습을 봤을 때 이들은 더 좋은 패스를 구분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조유민-최호정-정운-이인재는 확실히 팀 빌드업에 주요 선수라는 점이 입증됐다.

확실히 전남 김주원은 적절한 전진패스를 시도했다. 누군가 여전히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전진패스 수가 적다는 것을 약점으로 뽑긴 어렵다. 김주원은 서둘러 전방으로 연결하기 보다는 좋은 타이밍에 전진패스함으로써 다른 전남 동료들과 수원FC 수비수들보다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다. 이는 백3 중앙 수비수로서 전술적인 역할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안양 센터백들 또한 패스 데이터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전남과 안양의 약점은 이미 첫 번째 그래프에서 드러났다.

반면 리그 최소 실점을 기록한 제주의 정운과 김오규는 이러한 점에서 아쉬웠다. 전진패스를 많이 시도했지만 성공률이 떨어져 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두 선수 외에도 제주 센터백들은 패스 시도에 비해 성공률이 많이 낮았다.

그리고 또다시 경남 센터백들은 이상적인 현대 센터백의 모습을 보여주었고, 서울E 센터백들은 좀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아무래도 짧은 패스를 기준으로 한다면, 가뜩이나 2부리그인 K리그2의 특성을 변질시킬 수 있다. 더욱이 K리그는 장신 공격수를 타겟으로 한 다이렉트 플레이가 주를 이룬다. 따라서 롱볼에 대한 데이터를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얼마 전 유럽 수비수들과의 비교에서 K리그 센터백들의 롱볼 시도 수에 비해 성공률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확인했었다. 그런데 리그 내에서의 비교라면 조금 더 유의미하게 K리그 팬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팀은 수원FC다. 그동안의 그래프에서 조유민을 제외하면 많은 패스를 시도하는 것은 아니었으나, 패스성공률이 평균보다 높은 팀이었다. 이 그래프를 통해 수원FC는 다이렉트 플레이를 펼치며 센터백들로 하여금 정확한 롱볼이 연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확실히 안병준-라스-다닐로 같은 높이에 강한 공격수를 활용하려는 전술적 접근으로 보인다. 

전력이 약한 안산과 아산의 경우에도 롱볼을 자주 시도했다. 어느 리그에서나 흔히 나타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안양은 롱볼을 거의 시도하지 않았다. 이전 그래프에서 가늠했던 대로 센터백을 통한 공격전개를 시도했다.

제주와 경남 또한 롱볼을 자주 시도하였는데, 시즌 초와 후반기 경남의 차이를 알 수 있는 지표다.

다시 돌아와 센터백의 가장 중요한 역량은 수비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그래서 불완전하지만 PAdj(점유보정)로 큰 틀에서의 개인 수비지표를 비교해봤다.

와우. 경남이 승격에는 실패했지만, 왜 이 둘 중 어느 누구도 최종 베스트11에 꼽히지 못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리 데이터가 불완벽하더라도 그 차이가 극명했다. 특히 배승진은 태클 부문 1위와 인터셉트 부문 2위를 차지하며 밸런스적으로 완벽한 센터백이었다. 필자가 성남에 함께 있었을 때도 아마 23경기(?) 무패행진을 했었는데 그 실력이 여전하다. 점유 조정을 하지 않고 90분당 태클과 인터셉트 수를 따졌을 때도 부문 2위로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다.  

태클이나 인터셉트가 능동적인 1차 수비라면, 클리어와 리커버는 이를 보완해줄 수 있지 않을까. 제주 수비진은 곧바로 볼을 뺏어오지는 못했지만, 위험지역에서 처리하거나 다시 볼을 되찾아오는 능력이 좋았다. 특히 전 포지션에 걸쳐 리커버에 강점을 보였다는 점에서 제주의 전술적 특징이 잘 두드러졌다고 생각한다.

PAdj 그래프에서 눈에 띄는 팀은 바로 대전이었다. 특히 99년생 이지솔은 첫 번째 경합 그래프에서도 대전 선수 중 유일하게 상위 그룹에 속하며 발전 가능성을 보였다. 

결론

여러 상황을 고려해야하는 수비 특성상 더더욱 이 데이터가 전부를 말하지 않는다. 이광선은 공중볼에서, 배승진은 그라운드 경합에 강하다는 조합의 중요성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 정도의 데이터만으로도 분석과 선수 스카웃에 접근하는 시야를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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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 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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