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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2-3 인천 유나이티드: 인천의 허름함을 공략하지 못한 서울

하프타임 분석관 | 2013. 3. 11. 17:02

인천 유나이티드의 스타팅 전략은 FC 서울을 무력화했다. 하지만 후반전에는 형편없는 전략을 보여주며 많은 운으로 승점 3점을 얻어냈다.

최용수 감독은 최태욱, 최효진 대신 한태유를 선택해 상대의 2선 공격에 대비했다. 이 점을 제외하곤 선발 선수의 변화는 없었고 포메이션은 1-4-1-2-3에 가까웠다.

김봉길 감독은 지난 경기와 똑같은 선수진을 구성했다. 하지만 부상을 입은 설기현이 명단에서 완전히 제외되었고 이효균이 이를 대체했다.

경기 결과는 매우 아쉬웠다. 인천은 승리했다는 결과에 만족할 수도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더 큰 득점차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치지 않았나 싶다.

영리한 위치

인천이 이른 시각부터 높은 볼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매우 쉬운 일이었다. 일명 바르셀로나 축구라고 불리는 정교한 티키타카를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하고 중원에서 거칠게 밀어붙여 역습을 차단하니 좁은 간격을 유지한 채 경기를 지배할 수 있었다.

반면, 서울은 전방과 중원 사이의 간격이 멀었다. 두 팀 모두 공격 시에는 수비진을 하프라인 부근까지 올려 전후방 간격을 좁히고자 노력했으나 서울은 그 이상을 해내지 못했다. 몰리나가 자주 중앙으로 움직이거나 공격진이 아래로 내려와도 무용지물이었다.

그렇다면 서울과 인천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전방에서의 압박 강도다.

인천은 팀 전체가 라인을 올려 "무조건 상대를 저지하자"는 터프한 압박을 시도했다면, 서울은 3명의 공격수가 지역 방어를 하고 고명진 혹은 하대성이 다가가 견제하는 식의 가벼운 압박을 시도했다. 무조건 강력한 대인방어 수비가 더 효과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인천의 선수들이 한두 번의 방향 전환으로 쉽게 볼을 앞으로 운반한 걸 보면 서울의 압박 강도는 너무 약하다 못해 어정쩡했다. 마치 허수아비 같았다.

아래 그림에 표시된 공간은 서울이 중원에서 전방으로 패스를 공급하는 길목이었다. 하지만 너무나 쉽게 상대에게 공간을 허용하다 보니 전반 20분을 기점으로 주도권을 잡기 시작했음에도 짧은 패스를 통한 공격을 할 수 없었다. 결국, 서울은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계속해서 개인기량에 의존한 돌파와 다이렉트 패스로 공격을 시도했다.

 

<압박은커녕 그저 바라만 보니 김남일과 구본상은 공격진과 중원 사이에서 편안히 머무르며 경기를 조율할 수 있었다.>

 

전방 압박은 양 팀 공격 자원의 성향에서도 차이가 났다. 우선, 인천은 디오고-남준재-이석현-한교원 모두 특정 포지션에 한정되어 있지 않았다.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해 서로의 자리를 바꿔가며 수비 가담 후에도 상황에 맞는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서울은 그럴 수 없었다. 공격수의 스위칭은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임무와 개성이 뚜렷했다. 그렇다 보니 서울의 원톱 시스템은 데얀마저 아래로 내려와 움직이기엔 비효율적이었다. 서울의 미드필더진은 조금 더 올라가 상대를 압박했어야 했다. 인천은 공수 모두에서 수적 우위를 가져가며 서울을 압박할 수 있었다. (다만, 디오고는 아직 팀에 녹아들지 못했고 서울은 고요한의 오버랩에만 의존해 공격을 풀어갔다.)

공중볼 다툼

인천은 전방 압박을 통해 상대를 계속 몰아쳤지만, 거친 플레이로 페널티 박스 먼 지점에서 프리킥을 자주 내줘야만 했다. 그리고 공중볼 다툼의 약점이 드러났다. 전반 29분 몰리나의 패스를 이어받은 아디에게 어이없게 실점한 것이다. 정확히 팀이 허용한 3번째 세트피스이자 수비가 처리하지 못한 3번의 세트피스 중 하나였다. 이외에도 상대의 크로스에 고전하며 인천은 불안한 경기를 이어갔다.

HT

서울은 분위기상 아디의 득점을 시작으로 더 많은 득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이석현의 중거리 슛에 실점하며 무승부로 전반을 마쳐야 했다.

서울의 공격은 데얀을 향한 롱패스와 에스쿠데로의 돌파, 고요한의 오버랩이 전부였다. 아마 코치진은 시간이 흘러도 간격이 좁아지지 않자 직접 볼을 몰고 전방에서 싸워줄 선수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윤일록의 부재는 안타까웠다. 에스쿠데로와 고요한이 그 역할을 맡았지만, 에스쿠데로는 상대의 빠르고 강한 압박에 고전했고 고요한의 오버랩은 동료의 적은 공격 가담에 빛을 보지 못했다.

반면, 인천은 남준재가 고요한을 상대로 전혀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개인기에 의존한 공격만을 시도했는데 이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낮은 수비진

경기 전반은 인천의 토털싸커가 경기를 멋지게 지배했다. 하지만 김봉길 감독은 후반 시작부터 수비진을 깊숙이 내리더니 역습을 시도하는 전략을 꺼내 들었다.

아직도 무승부의 상황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펼치던 팀이 왜 이러한 선택을 했는지 개인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이 선택은 경기 전반 좋지 않은 경기력을 펼친 서울의 초반 공세에 대비할 5~10분 동안의 안전 장치로나마 적합했다.

이러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가뜩이나 불안했던 공중볼 다툼이 잦아지고 뒤쪽에 쳐져 있던 고명진과 하대성이 자유로워지는 결과를 낳았다. (이 와중에 터진 디오고의 득점은 정말 운이 크게 따라준 경우였다.) - 최용수 감독은 이른 시각 하대성 대신 박희성을 투입했다. 더는 중원 싸움에 열을 올릴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인천은 손대호를 투입해 곧바로 대응해야 했다.

후반 65분 나타난 양 팀의 공격 점유율(서울 8:2 인천)은 인천의 변화가 만든 차이었다. 모든 선수가 수비에 가담한 사실은 전반과 크게 다를 것 없었다. 오히려 압박의 정도가 줄어들고 최종 수비진이 페널티 박스 안까지 내려앉은 것이 문제였다. 더는 인천이 경기 전반에 보여준 강점을 도저히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 서울은 비록 오프사이드와 같은 파울로 득점이 인정되지는 않았지만, 중거리 슛과 크로스로 좋은 기회를 만들어갔다. 특히, 데얀의 날카로운 움직임이 계속해서 골문을 위협했다. 그리고 결국, 후반 68분 박희성의 머리가 동점을 만들었다.

한마디로 자급자족이었다. 계속 낮은 수비진을 유지하다 약점인 공중볼 다툼에 패하고 말았다. 그뿐만 아니라 낮은 지역에서의 수비는 위험지역에서의 세트피스 기회도 자주 헌납했다.

승부처

인천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카메라는 데얀과 권정혁 골키퍼만 잡았고 해설위원은 여러 비유를 써가며 김봉길 감독의 전술에 답답함을 표현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김봉길 감독이 문상윤, 찌아고를 투입해 수비 숫자를 늘리려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선택이 승부를 갈랐다.

찌아고는 훌륭한 시야, 속도, 키핑력으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여전히 경기 운영의 변화는 없었지만 서울 선수들의 떨어진 체력과 집중력의 허를 찔렀다.

결론

싸움의 결과는 인천이 웃었지만 많은 문제를 노출했다. 제공권은 물론이거니와 중원에서의 파괴력, 공격수들의 꾸준함과 세부 전술의 조건이 완전히 드러났다. 현재 많은 미디어가 이천수의 가담이 팀을 얼마나 이끌어주느냐를 두고 대서특필을 하지만 차라리 코니와 같은 장신의 아시아쿼터 선수를 데려오는 편이 팀의 순위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은 아디의 측면 기용이 정말 아쉬웠다. 잦은 오버랩이 요구되지 않았음에도 순간속도와 기동력서 예전같지 않은 모습으로 활동의 제한이 컸다. 더구나 혼자서 컨디션이 좋은 한교원과 득점으로 자신감이 붙은 이석현을 함께 상대하기엔 부담이 너무 컸다. 차라리 김치우-최태욱을 측면에 기용하는 것이 더 좋은 판단이었다. - 그럼에도 인천의 측면은 너무나 취약했다.

Analyst/Korea
2013. 3. 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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